[기고] 알래스카의 홍수
알래스카의 긴 겨울 동안 만들어진 강 표면의 얼음은 강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크기가 1m 이상이다. 매년 이 얼음이 눈 녹는 계절이 되면 말썽이다. 봄이 오면 자동차만한 강 얼음 덩어리가 흘러가며 강둑의 나무를 뿌리째 뽑는다. 즉, 강둑을 파괴해 강둑에 서식하는 식생과 흙을 자비 없이 파헤치는 것이다. 연구차 해양도시인 놈(Nome) 해변을 거니노라면 바닷가에 나무 조각들이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민들은 이 나무를 겨울철 땔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해변의 유목들은 그루터기만 앙상히 남아 있다. 나무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이렇듯 땔감으로 사용할 때는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최근 알래스카 강 상·하류의 도시에 봄철 강 얼음의 융해로 인한 범람 피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22년 홍수때는 강 근처 주택까지 피해를 보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중순에는 유콘강의 중류인 서클 지역이 큰 피해를 보기도 했다. 한 주민에 의하면 처음에는 축제 분위기로 아무 걱정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저녁이 되자 길 위까지 물이 넘쳤지만 아무런 경고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범람한 강물이 차 바퀴 높이에 다다르자, 고지대로 대피했지만 30분이 채 되지도 않아 강물은 그곳까지 도달했다. 다음 날 아침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대형트럭 크기의 거대한 빙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알래스카에서 가장 심각한 봄철 홍수는 떠다니는 얼음 덩어리들이 뭉치는 ‘아이스 잼(ice jam)’으로 인해 발생한다. 얼음 덩어리가 물의 흐름을 막아 홍수가 발생하는 것이다. 국립기상청은 알래스카의 봄철 범람 유형을 2가지로 설명한다. 첫 번째는 기온이 천천히 상승해 딱딱한 얼음이 저항 없이 부서지면서 ‘아이스 잼’은 형성되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급격한 기온 상승으로 인해 ‘아이스 잼’이 만들어져 발생하는 유형이다. 이것이 봄철 홍수의 주원인이 된다. 즉, 강줄기가 급격하게 굽은 곳이나 수로가 좁아지는 곳에 대형 얼음덩어리가 생기면 강물은 범람하게 된다. 큰 크기의 얼음덩어리로 인한 홍수는 주택 침수는 물론 식생을 휩쓸어 버리고, 다리를 붕괴시키기도 한다. 알래스카 주는 이에 대비해 인공위성으로 겨울 적설량을 측정하고, 봄철 비정상적인 기온 변화 가능성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봄철 홍수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다. 특히, 고해상도 이미지를 제공하는 유럽우주국의 위성자료를 주로 사용한다. 위스콘신대학에서 이 위성 자료를 분석한 자료를 3200km 떨어진 알래스카 주민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알래스카 제2의 도시 페어뱅크스에서도 1904년 부터 환경피해 및 자연재해를 기록해 왔다. 최초 기록을 보면 1905년 다운타운 지역이 강물 범람으로 심각한 홍수 피해를 겪었고, 이로 인해 다리도 파괴됐다. 또 범람한 강물로 인해 하천 제방이 20m나 유실됐다는 기록도 있다. 1967년 8월에는 기록적인 홍수가 발생했다. 페어뱅크스시의 95%가 약 5일 동안 물에 잠겼고 이로 인해 1억7000만 달러 이상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주택과 업소 건물 약 6000채가 완전히 파괴되었다. 이 역사적인 기록의 홍수는 8월8일부터 20일까지 내린 비로 인해 발생했으며 (총강수량 15.6 센티미터), 이로 인해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밖에 2021년 겨울에는 폭설, 강풍과 비를 동반한 겨울 폭풍이 3차례나 발생해 광범위한 지역에 정전사태를 일으켰고 학교도 임시 휴교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기록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귀중한 자료다. 그래서 지구 온난화를 예측하는데도 과거의 기상 및 기후 자료를 활용한다. 현재 상황이 어떤지를 평가하는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에 작성된 조선왕조실록 (태조부터 철종)에도 하늘의 변화부터 전쟁까지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기록이 담겨 있다. 기록 그 자체가 역사이기 때문이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알래스카 홍수 알래스카 주민 봄철 홍수 최근 알래스카